평소에 존경하는 형에게 커밍아웃을 했던 나역시 그랬다.잘못하면 혐오감을 줄 수 있고 기나긴 시간동안 쌓아왔던 친분 관계가 하루 아침에 멀어지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그런데도 난 했다.가만히 있어도 그 친분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고 잘 살텐데 말이다.
그러면 난 왜 커밍아웃을 한 걸까? 간단하다. 솔직하게 살고 싶어서,행복하게 살고 싶어서,나 자신을 사랑해주고 싶어서였다.그러나 아직은 부모님 및 가족(남동생만 알고 있다)과 그외 꽤 친분있는 지인들에게 하고 싶지 않다.커밍아웃후에 벌어지는 톡톡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홀로 견딜 수 있는 자신이 생겼을 때 하려고 한다.
커밍아웃한 이후 형은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주었고,친분 관계는 그전보다 더 돈독해졌다.그 형은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블로그 이웃인 부에노님이 그랬던가...자유로운 영혼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정신 세계를 유지하며,대화가 즐겁고,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세련된 매너와 이해심이 많으며,신뢰할 수 있는 분이다.
그리고 디자인과 내가 좋아하는 예술 전반에 관한 폭넓은 대화가 가능하고,인문학, 사회과학,철학, 심리학,정치,경제 등 심지어는 수리학(數理學),역술(易術),역학(易學)에도 밝은.그리고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바른 생활인이다.한마디로 정의로운 사람이다.더욱이 외모도 길게 땋아내린 머리와 흰색 고무신과 무명 한복을 자주 입는 형은 영락없는 도인이다.그래서 난 형 별명을 제갈공명을 줄여서 제갈형이라고 부른다.
그런데,제갈형이 어느날 사람들을 적잖이 당황하게 만드는 대형 사고를 쳤다.다름 아닌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다.미술의 한 종류인 일명 길거리 낙서 예술.이 아트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악,시,춤 그리고 그림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문화이다.서울의 홍대에서 흔히 볼 수 있음직한 역동적인 그래피티 아트는 아니지만 제갈형이 추구하는 사회정의와 환경적 이상을 담았다.전라남도 나주시에서 목포시 방면으로 가는 어느 한적한 국도의 시골 주유소 담벼락에...!!
(*아래의 사진 8장은 완성된 후 핸펀으로 찍음.화질이 선명치 못하다.클릭하면 크게 나온다.600~900px)




이 그림은 매우 장엄한 느낌을 주며, 임금이 통치하는 삼라만상과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한다.이 소재들은 매우 도식화된 모습으로 병풍마다 별 차이 없이 나타나는데,이것은 궁중화가들이 전통적인 본(本) 을 따라 그렸기 때문이다.현재 약20여 개 정도 남아 있다고 한다.
조선의 왕은 반드시 이 병풍 앞에 앉는다고 한다.이건 우리나라만의 특징. 멀리 행차를 할 때도, 죽어서 관 속에 누워도, 심지어 초상화 뒤에도 '일월오봉도'는 놓인다고 한다.최근 2007년도부터 사용된 신권 만원짜리 세종대왕 초상 뒤 도안이 일월오봉도로 바뀐 것은 어쩌면 좀 더 자연스런 모습인지도 모른다.

제갈형은 왜 일월오봉도를 그릴 생각을 하였을까? 형은 이 그림을 경복궁 근정전에서 몇 번 봤다고 한다.형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현 정권의 대통령인 이명박이 만백성의 아버지 역활을 제대로 못해주고 좋은 정치를 펼치지 못함에 개탄스러워 세상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줄려고 그렸던 건 아닐까 하고 나름 생각한다.


그런 나를 보고 제갈형이 웃으면서 한마디 하였다.
"네 블로그에 만일 내 얼굴이 올라가면 나도 게이인줄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 아니니..? 그렇게 되면 내가 아는 누군가(게이)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지 않을까..하하하 난 상관 없는데 혹시 너에 대해 알려지면 사업하는데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까 그냥 올리지 마렴."
"형 아니에요,익명으로 쓰는 블로그니까 솔직히 누가 알겠어요.저도 괜찮아요.걱정 마세요,그리고 아름다운 건 널리 널리 퍼뜨려야 해요,근데 새 블로그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방문자수가 많지 않으니 그게 문제죠."




아름다운 그래피티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은 전라남도 나주시에서 목포시 가는 국도변..다시면에 한참 못가서 있는 세 번째 김정현 현대오일뱅크 주유소다.사실 이 주유소가 있는 국도는 광주시 광산구에서 목포시로 가는 고속화 도로가 완공이 되면서 차들이 예전처럼 그리 많지 않다.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주인에게 왜 죽어가는 주유소에 돈을 버리느냐고 반대를 했다고 한다.
나같은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마 엄두를 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그래서 주유소 주인도 제갈형처럼 생각이 깨어있는 비범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나중에 알았지만 두 분이 막역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이 벽화를 3년여 전부터 제갈형하고 의논을 해왔다고 한다.3년 전 당시엔 주유소 공간이 협소해서 인접해 있는 땅을 사서 터를 더 넓힌 다음에 그리자고 해서 지금에 와서야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럽이나 뉴욕이나 서울의 홍대 뒷 골목이나 압구정 토끼굴에나 볼 수 있음직한 생동감 넘치는 그래피티 아트를 안양과 통영의 허름한 작은 마을에서 보고 전라도 나주의 어느 한적한 시골 주유소에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사람들에게 밝은 미소를 짓게 하는 아름답고 자유롭고 편안함을 주는 공공의 예술이 더 많이 보아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또한 동시대적인 게릴라 아티스트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전설적인 인물 장 미셀 바스키아,키스 해링.그리고 현재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우상인 아트 테러리스트라고도 불리우는 영국의 뱅크시(Banksy)가 표현하는 일탈의 즐거움과 신자유/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문화적인 소재를 그대로 복사해온 듯한 일련의 소재들보다는 우리나라 고유의 소재를 써서 담아낸 벽화가 한국땅에서는 더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오.. 형님 분이신가요? 작업하시는 모습도 멋지고.. 특히 주유소 벽면의 일월오봉도는 정말 계속 쳐다보게 됩니다. ^^
답글삭제@흐르듯 - 2009/10/18 03:54
답글삭제어젯밤에 포스팅 하면서 어찌나 눈이 감기던지..
쓰다가 비공개로 해놓고 잔다는 게 그만 발행을 하고 말았답니다.ㅠㅠ;
그래서 글 마무리가 덜 돼서 이상할거에요..-_-;;ㅋ
보아하니 흐르듯님은 새벽 늦게 접속을 하셨나봐요.4시에..ㅎㅎ 부럽~~ㅋ
저도 역시 일월오봉도가 젤 멋지다 생각한답니다..^^
다섯개의 산 봉우리,해와 달,네 그루의 소나무,폭포,물결이 넘실거리는
파도무늬와 전체적으로 똑 떨어지는 좌우 대칭은 정말 실제의 원본 그림을
본듯한 착각을..아니 훨씬 더 잘 표현한 듯...와우 ㅎㅎㅎ 형! 넘 멋져요 ㅎㅎ
이야- 일월오봉도 대단하네요.
답글삭제주유소 이름은 사장님 이름을 본따서 지었나요? ㅅㅅ
@궁시렁 - 2009/10/18 21:03
답글삭제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아마 그럴거에요^^
국도로 향하는 색다른 즐거움이 되겠는데요
답글삭제사람도 벽화도 알아주는 관객도 다 멋집니다
주유소도 이벽화로 인해 전화점이 되길 ^^
@쟁아 - 2009/10/21 01:08
답글삭제그치..글고 아닌게 아니라 처음엔
옆,앞 주유소들이 미쳤다고 아우성하더니만
해놓고 나니 다덜 이쁘다고 ㅎㅎ
자기네들도 함 해볼까 궁리중이라든데..ㅋ
근데 그네들이 할런지 의문스럽지만..-_-;
그나저나 난 미술 좋아하는 쟁아가 이뽀.ㅎㅎ
간!지!형!님!
답글삭제되게 꼼꼼하고 재밌게 그리셨어요ㅎㅎ
@이 순덕 - 2009/10/26 17:45
답글삭제하하 간지형님이야..^^
순덕이두 인정하는거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