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7일 토요일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며칠 전 오후쯤 집 앞 큰 도로 진입 삼거리에서 무심결에 신호를 위반하고 좌회전을 하다가 급하게 달려오는 1톤 트럭과 추돌 사고를 냈다.다행히도 서로 방어 운전을 잘했기에 추돌은 했지만 앞 범퍼에만 약간 손상을 입었을 뿐 크게 부서지는 않았고,상대 1톤 트럭 운전사분도 멀쩡하게 차에서 내려서 자신의 차 범퍼가 얼마나 손상을 입었는지 점검하기에 한시름 놨다.그런 운전자분에게 다가가 다친데는 없는지 물어보고 내 과오를 시인하였는데,자신은 괜찮다고 조수석에 타고 있는 아이가 충격이 있을거라고 말씀을 하시길래...난 꼬마 아이인줄 알았다.

그래서 차문을 열고 조수석을 봤더니 아뿔쌰..두 살쯤 보이는 갓난 아이가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게 보였다.난 깜짝 놀라서 당연히 충격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운전사분에게 근처에 병원에 가자고 했건만 괜찮다고 하면서 자신의 부친이 위독하여 가봐야 한다고 범퍼 수리비를 부풀려서 현금으로 달라고 얘기 하길래 그러면 보험 사고 처리 하겠노라고 얘기를 하고 명함을 건네 받았다.

그래도 내딴에 갓난 아이가 걱정이 되어서 혹시 모르니 부친 입원중인 병원에 가시면 꼭 검진 받아 보고 나에게 전화를 달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 헤어졌다.그리곤 가입한 자동차 보험 회사에 사고 접수를 하고 접수 번호를 문자로 받자마자 그 분에게 접수 번호와 보험회사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고 궁금하여 전화를 했다.그러나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기에 메세지를 보냈다.

다음날 오전 헬스장에서 어느때와 다름없이 운동을 한 후 핸펀을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가 2개 찍혀 있었다.한 번호는 보험 회사에서 사고 처리 담당자가 원만한 사고 처리를 위해 연락이 왔었고,또 한 번호는 그 피해자분이 딸 핸펀으로 전화를 한 것이었다.먼저 그 피해자분 딸과 통화를 해서 이만저만해서 전화를 못 받았다고 혹시 아빠에게 연락이 오면 전화를 하겠다고 하고 사고 처리 담당자랑 통화를 하였다.

그런데 통화중에 담당자가 오전에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그 자식 뺑소니"라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는 것이었다.참 어이가 없기도 하고 짜증이 나서 그 피해자분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어제 문자 보내고 전화를 했는데 왜 전화도 없었냐고 했더니 못봤다는 것이었고,아침에 아이가 열이 나서 토해서 병원에 검진 하러 가면서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길래 마침 보험 사고 처리 대인 담당자랑 통화만 하고 그런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다 나를 죄인 취급하는 마냥 대하듯 말투가 거칠고 횡설수설 하길래 너무 열받아서 몇 마디 쏘아 붙였더니 그제서야 자신의 부친이 암 선고를 받아 생명이 위독하여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정신이 없다고 하였다.그런 말을 들은 난 안타까워서 되려 죄송하다고 정중히 사과를 하고 갓난 아이 검진 결과가 나오면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근데 그 분 하시는 말씀...부친은 돌아가시면 다시 볼 순 없지만 아이는 또 낳으면 되지 않냐고 지금 아이는 안중에도 없다고 한다.그 분이야 오죽 답답해 그럴까 싶어서...좋은 말로 위로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울적했다.그 담날 보험 대인 담당자가 아이의 검진 결과는 좀 놀랬을 뿐 평소와 다름 없이 건강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와 와서 내내 마음이 쓰여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느꼈다.

그러던 어제 점심쯤 그 피해자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웬일인가 싶어서 전화를 받자마자 보험 담당자가 병원 접수만 해놓고 합의하러 오지 않는다고 다짜고짜 막말을 해대는 것이었다.그리곤 자신의 차 범퍼가 많이 손상이 돼서 정비 공장에 맡길테니 그리 알아라,그리고 영업용 트럭이니 일을 못한거를 청구 할 것이라는 둥..내 자신이 큰 죄를 지은 마냥 아주 불손하게 말을 했다.내 자신 하도 어이도 없고,기가 막히고,열통이 터져 참는 것도 한계에 이르러 아주 신랄하게 쏘아 붙이면서 서로 폭언과 육두문자가 오고 갔다.

결국엔 나보다 연배이시고 처해 있는 처지도 곤궁도 하고 그래서 정중히 대했는데 당신이 나를 태하는 태도가 너무나 불손하여 맘대로 하라고 전화를 끊었다.그래도 내 자신 너무 열이 받아 씩씩거리며 그 양반 낯짝을 보고 면상이라도 후려 갈겨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찾아가려고 다시 전화를 했다.그러나 순간 그렇게 하면 머하나 싶어서 먼저 사과를 하고 얘기하니 그제서야 부친 위독중에 생긴 일이라 경황이 없는데다 보험 사고 처리 담당자가 병원에 접수만 해놓고 오도 가도 하지 않고,차 수리 때문에 정비 공장에 맡겨야 하는데 접수 번호도 모르고 그런다고 하면서 어디 보험 회사냐고 그러는 것이었다.

그러면 첨에 그렇게 얘기했으면 서로 폭언이 오고 가지 않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 것이었음을..또한 먼저 상대를 제압하려고 폭언을 하는 게 능사가 아닐텐데.. 그리고 나 역시 조금만 더 참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웃으면서 대했다면 경황이 없는 그 분도 역시 웃으면서 나를 배려하였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컸다.

사실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웃는 얼굴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없다고 한다.또,그 어떤 환경에서라도 서로가 지성으로,순수한 마음으로 대하고,어떤 기준의 잣대 없이 그냥 바라봐야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바르고 예절 있는 행동으로 대하면 상호 존중과 배려가 꽃 피어 날수 있는 것임을.

그래서 누군가 그랬다.가장 강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댓글 4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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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교통사고에 병으로 위중한 가족에 양측 모두 경황이 없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우선하니 너무 흥분하게 되었나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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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nonymous - 2009/10/17 01:28
    에휴 그러게나 말입니다.-_-;;

    다 내탓이죠.ㅠㅠ

    항상 안전 운전 하는게 최선인듯..

    암튼 걱정해주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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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궁시렁 - 2009/10/17 10:54
    네 맞아요.그치만 한편으론 피해자분이 좀 지나치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상대를 배려하는 부분이 참 안타까워요.사고의 원인은 제쪽에 있으니 저야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 당시는 가히 기분은 좋지 않았어요.ㅠ



    교통 사고는 피해자든 가해자든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해를 주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안전 운전 하는게 최선의 방법인듯..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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