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0일 수요일

행복한 게이 생활를 위한 열가지 실천 항목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시기 몇 달 전에 자신의 일기장에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고 남겼다고 한다.쓰러지기 전까지도 민주주의와 평화적인 남북화합를 추구해온 김대중 대통령은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이끌어내려 노력한 표본이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분에게서 삶의 희망과 용기를 배운다.

 

지난 수년간 '성적 지양' 으로 인해 불안과 눈물속에 삶을 살았던 나는 늘 불행하다고 생각해왔다.거기에 사업 실패와 애인과 헤어짐이 더하여 급기야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그러나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나 스스로 조금씩 조금씩 인정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려고 노력을 하니 성공적인 인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행운도 뒤따라 내 삶이 풍성해지고 여유로워졌다는..단,게이로서 누리고픈 자유가 박탈돼서 스트레지만. (길거리에서 구애받지 않고 키스하는 사진 정말 부럽다ㅠ)

 

이만 쓰잘데기 없는 소릴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국내 게이라이프스타일 매거진 GET에 실린 게이라이프 컬럼니스트 '레이먼 존슨'이 2008년 새해 초 칼럼에 기고한 'Gay Man’s Resolution List Top 10'(gaylife.about.com) 즉 '행복한 게이 생활을 위한 열가지 실천 항목'을 소개하고자 한다.레이먼 존슨은 미국 게이 사회에서 '2008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만큼 동성애자들에게 보다 더 긍정적인 삶을 바라보도록 조언을 해주는 리얼 멘토링이다.

 

그대로 직역하면 우리의 정서나 실정과는 약간 안 맞는 부분도 포함돼 있지만 매거진 GET 편집자가 국내 정서와 실정에 맞게 보태서 한 번쯤 환기해도 좋을 만한 내용들인 것 같다.재미있는 건 블로그를 맨 먼저 꼽았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1) Blog
Don't be a bitter queen!

눈물뿐인 과거는 쓰레기통에 처넣고, 새로운 마음으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나의 정체성을 표현해 보자.맞춤법이 틀린 채 주절거려도 괜찮다.어차피 나의 공간이니까.일기를 써도 좋고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작업 일지를 작성해도 좋다.글로 풀어내다 보면 그전에는 몰랐었던 객관성을 갖춘 눈이 떠지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도 이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는 법이다.네이버 블로그 같은 곳은 수많은 게이들이 이웃을 맺고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근데 꾸준히 글을 쓰는 게이는 별로 많지 않아서리..그나저나 울 동네 텍큐엔 게이임을 밝히고 글 쓴 놈은 아마도 나뿐인 듯ㅠ 외로워 외로워 외로워ㅠㅠ)

 

2) No More Drama
Gay men and drama go hand in hand.

사실 게이들이 드라마 좋아하긴 한다.
(맞어 맞어 나도 그래ㅋ 보다가 꺼이 꺼이 울다가 자지러지게 웃다가ㅎㅎ) 일례로 드라마 '여인천하' 시절엔 게이바에서 틀어주기까지 할 정도였다.우리들은 서로 눈물뿐인 인생이네 뭐네 하면서도 눈물뿐인 드라마에 빠지는 걸 경험한다.웃긴 건,그러다 보니까 내가 마치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도 들고,특히 연애에 실패하면 더 그렇다.드라마에 너무 몰두하다 보면,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드라마처럼 느껴져서 현실감각을 잃는 경우가 생기고 그러다 보면 원만하게 꾸려갈 수 있는 연애도 드라마 공식대로 가다가 실수를 범한다.

 

3) Help a Needy Heterosexual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감각 없는 일반들을 도와주자.남성과 여성의 장점만을 한데 모은 존재가 게이라는 사실을 아는가?(물론 남녀의 단점만을 모은 게이도 존재한다)게이들의 감각은 일반 남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사실은 굳이 옷차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살림살이 비법,미용,하다못해 화초를 기르는 것 까지 나만의 감각을 한 가지씩은 갖고 있다.평소 책상이 어질러진 상태로 일하는 직장 동료가 있다면 당신의 감각으로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자.어처구니없는 색깔의 넥타이를 메고 왔다면 “당신은 파란색이 더 잘 어울려‘ 라며 조언해 주는 것을 아끼지 말자. (난 요리나 옷차림은 완전 젬병ㅠ 근데 이쁘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은 엄청 좋아하지^^)

 

4) Fight for Gay Rights

모두 길거리에 나가 피킷 들고 시위하라는 말은 아니다.아직 커밍아웃도 안 한 게이들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에서 그건 너무나 요원한 일일 수 있다.하지만 당신을 대신해 앞장서 투쟁하는 게이들에게 심정적으로나마 응원을 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동안 iSHAP에서 나눠주는 콘돔과 젤을 생각 없이 집어 들었었다면,한 번쯤은 iSHAP 직원들의 노고를 생각해 보고 캠페인 현장에서 그들을 만났을 때, 응원의 한 마디라도 건네 보자.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것도 좋은 실천이 될 것이다.소액이라도 좋다.그런 정성이 모여 게이 커뮤니티는 더욱 풍성해지고 게이 인권도 덩달아 올라가는 것이다. (게이라면 인권운동단체에 정기적으로 만원이라도 기부해야 하지 않겠어!)

 

5) Get Tested

모르는 게 약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이제 그만! 건강도 아는 게 힘이고 행복한 삶의 첫 번째 조건이다.정기적인 건강검진과 더불어 일상적인 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 하나쯤은 꼭 가입하도록 하자.그리고 게이들에게 있어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테스트는 HIV 테스트이다.HIV 테스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고취됐다고는 하지만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낫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는 게이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 종로나 이태원 거리에서 마주치는 게이들의 대부분이 자신이 HIV에 감염됐는지 안됐는지 조차 모른다고 생각해 보라.정말 오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두 작년에 서울 아이샵에서 검진 받았는데 음성판정..사실 머 성생활을 문란하게 한 적이 없으나 그래도 조심해야지 흠흠)

 

6) Come Out to Yourself
대부분의 게이들에게 있어 커밍아웃은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생존권과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커밍아웃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한 번쯤은 나 자신에게 커밍아웃했느냐고 물어본 적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나 스스로 인정하지 못 하는데서 오는 갈등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스스로 자유롭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그 첫 단계이다. 나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 그것만이 갈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더 생각해 본다고 일반된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모하모 내 주변엔 다시 일반으로 돌아간 놈은 단 한 명도 못 봤음)

 

7) Shed Bad Influences
외롭다는 이유로 술에 의존하는 것부터 쾌감을 위해 콘돔 없이 섹스하거나 약물을 사용하는 것까지 모두 해당된다.알콜중독자들 중 스스로 중독되기를 바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처음엔 다들 스스로 제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자신도 모르는 사이 술의 노예가 된 것이다.한 번 알콜 중독에 빠지면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게 현장에서 치료를 담당하는 이들의 주장이다.알콜로 힘들어 하고 있다면 주위에 도움을 청하도록 하고,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있다면 모른 체 말고 도와주자.섹스도 마찬가지다.한 번은 괜찮겠지 싶은 유혹이 두 번,세 번 반복되다 보면 콘돔 없는 섹스가 일상이 되어버린다.항상 Safe Sex! (당연한거 아니겠삼~@!)

 

8) Actually Workout at the Gym

몸은 게이들의 재산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몸이 멋지고 머리가 빈 남자보단 몸꽝이 낫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도 몸짱 앞에선 마음이 동하기 마련 아닐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일차적인 요소는 몸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사실 몸이 멋지면 얼굴은 웬만해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지금 당장 헬스장으로 달려가 등록하자. 내실에 외양까지 갖춘 게이로 거듭나는 건 시간문제다. (팔 관절 엘보우 증상이 있어 쉬는 바람에 복근이 보이지 않는다..아뿔사! 다시 다잡고 해야지 암암)

 

9) Volunteer


자원 활동은 스스로에게 긍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길이다. 남을 돕는 일은 결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매년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서 레즈비언은 넘쳐나도 게이 자원활동가를 보는 건 정말 어렵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레즈비언들에게 빚지고 있는 게 참으로 많다. (대표적인 예로는 2007년 5월 초까지만 해도, 포털사이트의 백과사전에서 동성애는 정신병의 일종인 것처럼 취급 됐던 것을 '한국레즈비언상담소'(전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는 2006년 10월부터 업체 쪽에 여러 차례 시정 요구를 한 끝에,동성애,게이,레즈비언,호모포비아 등의 뜻을 고쳐냈다.)당신의 멋진 감각으로 축제의 일원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10) Stop Smoking
매년 다짐하는 것 중에 제일 많고,실패도 제일 많이 한다.게이들의 폐암 발병율이 일반들보다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담배를 끊으면 좋은 점이 너무나 많다는 건 나열하기 조차 민망하다.건강은 물론 용모마저 깔끔해진다.담배 피우는 사람은 정작 모르는 사실 하나,곁에 있으면 냄새 정말 심하다. (헉! 나도 끊어야 하는데..ㅠ 고운 피부를 위해서라도..;;)

댓글 11개:

  1. 우와~ 포스팅을 참 깔끔하게 잘 하십니다.

    스프링노트 쓰시나요? 뭘로 하시기에, 일케 멋쪄요?

    부럽 부럽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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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opeye - 2010/02/10 17:04
    칭찬 감사합니다.^^ 쑥쓰럽군요.;;

    근데 dannaeyang님의 Story Note-White 스킨 몸통에

    옷만 갈아 입힌거 외엔 별다른게 없는데요.;;

    아..맞다 폰트를 맑은 고딕으로 바꿨네요.

    그래서 맑은 고딕 폰트가 깔아져 있는 분에겐

    깔끔하게 보일듯해요.



    대신 스킨 만지다가 소스를 잘못 건드린건지 몰라도

    글이 길어서 접었는데도..rss 리더기에선 접히지 않고

    그대로 보여지더라구요..해서 찬찬히 뜯어봤는데..

    도통..뽀빠이님처럼 작업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그전 스킨 소스를 봐야 할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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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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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nonymous - 2010/02/11 21:30
    꺅~~!!파워..과찬이지만 기분은 좋군요,ㅋㅋ

    블로그를 하다보면 어쩔땐 그런 꿈도 꾸곤 하죠.

    근데 글케 될려면 매일 1~2개의 글은 써야 하고

    대중적인 소재를 주제로 써야 관심을 받죠..

    근데 게이는 관심 받기 어려워서 ㅋㅋ

    글구 알바 댓글러한테 집중 난타 안당하면 다행이죠ㅎㅎ



    그쵸 실천이 어렵죠ㅋ

    저도 님처럼 티스토리에서 블로그 첨 시작했을때

    지금처럼 그러지 않았어요.숨기고 글쓰고..그러다

    은근하게 은유적으로 글 올리고 ㅎㅎㅎ

    좀 시간이 지나야 블로그도 과감해지더라구요.

    익명이래두 혹시나 하는 두려움때문에 그렇겠죠.

    그래서 말인데요 님도 첨엔 은근하게 글 올려봐요..

    게이적 코드의 대중문화 소재로 올린다던가..

    아님 그림이나 음악을 올린다던가..

    그러다보면..대놓고 막 써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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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우와ㅋ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ㅋㅋ

    저도 블로그 하는데 시작한지도 얼마 안되고 해서

    아직 오글거리는 글밖에 안 쓰는 것 같아요ㅠ

    그래도 진짜 블로그에 맘속에 있는 거 다 쓰고 나면

    진짜 후련하긴 해요ㅋㅋㅋ

    암튼 잘보고 갑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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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모리 - 2010/02/28 23:03
    모리님 어서오세요^^[emo=025]

    님 블로그 가봤는데

    정말 사실감있게 잼나게 잘 쓰시던데요.

    거기다 인기도 많고..ㅋㅋ

    보시다시피 전 댓글 인기가 없어요..ㅠ[emo=006]



    근데 그런거 그닥 신경 쓰지 않아요..ㅋㅋ

    님 말처럼 맘속에 쓰고 싶은거 올리는게 목적이니까요ㅋ[emo=093]



    님 블로그 rss등록해서 눈팅할게요..

    멋진 3월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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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안녕하세요오ㅋㅋ

    저도 이쪽ㅋㅋㅋ

    친하게 지내요ㅠㅠ

    아는사람이 없어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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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ttc - 2010/03/07 21:32
    네 안녕하세요^^

    저야 대환영이랍니다.ㅋ

    아무때고 흔적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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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글 잘 읽었습니다 :)

    열가지 다 실천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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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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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퍼갈게요~ 혹시 문제된다면 suu369@hanmail.net 으로 연락주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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