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이다.
사회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2009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좌측 표 참조)결과에 따르면," 만12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의 72.3%가 ‘일상생활에서 인터넷은 중요하다’ 고 응답할 만큼 인터넷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매김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2007 상반기 정보화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블로거 인터넷이용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터넷이용자의 10명 중 4명(3,658만 명에서 40%면 1,463만 명)이 블로그 혹은 미니홈피를 운영하고 있는 블로거이며, 20대 여성과 학생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와같이 한국은 경제적 급성장과 더불어 사회·문화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그 사회·문화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인터넷이다.그리고 그 인터넷 공간 속 개인형 독립 미디어로 진화를 거듭해 가는 블로그와 일상 관련 목적으로 운영하는 미니홈피 운영자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고,인터넷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이명박의 집권과 노무현,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와 맞물려 인터넷의 힘으로 정치적 지향이 변했듯이 앞으로도 인터넷의 미디어 기능이 강화되면서 블로그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 속 성소수자 커밍아웃
그럼 위의 자료에 의한 1,463만 블로거중 자신의 미니홈피(약 1,100만 명)나 블로그(미니 홈피 중복 운영 포함 약 6백 만 명)에서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운영하는 블로거는 얼마나 될런지 자못 궁금하다.일반 사회에서 우리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은 직접적으로 삶과 맞닿아 있어서 대단히 어렵다.인터넷에서도 역시 그럴까?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고 일상 관련 목적으로 운영하는 미니홈피 운영자와 블로거들은 자신의 삶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성애 중심의 일반 사회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이상 역시 이성애 중심의 인터넷에서도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다른 이들이 올리는 동성애적인 코드를 담은 내용의 글엔 은근하게 동조를 할 것이고,동성애를 담은 예술과 대중문화의 글을 올림으로서 교묘하고 은밀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묘사할 것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그러면 신분을 직접적으로 노출시키지 않고 익명으로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중에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이들은 얼마나 존재할까?
■ 공식적인 동성애자 파워 블로거
아마도 수치상으로 볼 때는 거의 미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통계를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왜냐하면 약 6백 만 개의 블로그 중 우리나라에서 검색 사이트 1위인 네이버가 절반 이상(약 350만 개?)을 차지하고,나머지 250 만 개는 다음,네이트,이글루스,야후,티스토리,텍스트큐브,파란 등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여기에서 성소수자임을 내세우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수준이다.블로그 제목이나 대문에 방문자가 알 수 있도록 성소수자임을 알리거나 혹은 포스팅의 반 이상이 동성애와 관련됐다면 모를까 단 몇 개의 포스팅으로만 가지고 블로거가 성소수자임을 헤아리기가 힘들다.
단순히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들을 제외하고 국내 메타 블로그(등록된 블로그들에서 수집한 정보를 정리하여 제공하는 블로그 허브 사이트) 1위인 올블로그에 등록하고 활동하는 블로그는 2010년 2월 7일 기준 389,242개(사이트 하단)다.사실 이 올블로그는 국내에서 영향력 있는 파워 블로거(포털 포함)는 거의 등록이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자신의 블로그를 인터넷 세상에 알리기 위해선 메타 블로그는 필수 선택이기 때문이다.파워 블로거(포털 포함)중엔 자신의 성정체성을 철저히 숨기고 활동하는 블로거가 없진 않겠지만 현재 슬프게도 공식적인 동성애자 파워 블로거는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이성애 중심의 인터넷 공간에서 인터넷 '흉기'라 불리는 악성 댓글을 견뎌내고 지속적으로 운영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트랜스젠더 고 장채원과 게이 연예인 고 김지후의 잇따른 자살에서 보듯이 악플은 얼마나 가공할 살인무기가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표현하자.
그럼에도 우리는 지속적으로 동성애를 이야기를 해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지난 2008년 8월 16일 육군 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군형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군대 내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형법 조항에 관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결정문 내용이 눈길을 끈다. "국제적 흐름뿐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이 사회적 관심을 받고 동성애자의 모임이 늘어남에 따라 국민의 의식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강제에 의하지 않은 동성 간 추행을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건 과도한 규제다.” 군대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폭력의 사각지대라 꼽히는 곳이다. 판결문의 내용은 동성애를 품은 대중문화 컨텐츠의 성과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그리고 올해 새해 1월 3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파키스탄에서 협박을 당했던 이주민이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이 소송 결과는 한국에서 정치적 박해나 인종·종교 차별 등을 원인으로 하지 않는, 성적 취향으로 박해받는 자에 대한 국내 첫 난민 인정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모두 이런 결과가 모두 국내외적으로 동성애 권리 확보 운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또한 인터넷 공간 속 포털 사이트 동성애자 블로그 검색 등록도 훨씬 자유롭다.얼마전 혹시나 해서 다음과 네이버,네이트 등 유명 포털에 개인 블로그로서 일반 사이트 등록 신청을 했는데 쉽게 받아들여진 것이다.이전 미술 전문 블로그에서 성정체성이 모호한 블로깅으로 한참동안 고민과 번뇌에 빠졌는데 이제 당당하게 블로그 제목에 동성애자임을 표방하고 동성애를 맘껏 표현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수긍하는 것도 커밍아웃이고,나를 이해해 줄 것 같은 친구에게 말하거나,설령 친구에게 왕따를 당하더라도 친구를 속일 수 없다는 생각에서 친구에게 말하는 것 또한 커밍아웃이다.또한 익명의 블로깅이라도 동성애자임을 자각하고 인터넷 세상에 동성애 내용을 담은 글을 보내는 것도 인터넷 공간 속 커밍아웃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채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표현한 김두진 현대미술작가가 "성 정체성은 나의 삶이고 양심인데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듯 인터넷 공간 속도 마찬가지 동성애자들이 정체성을 당당하게 표현하다 보면 그 옛날 홍길동이 살았던 시대에 낡은 봉건주의 정신이 사라졌듯이 이성애 중심주의 사고가 사라지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인터넷 세상으로 곧 도래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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