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조그만 시골 읍에서 2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8살때 집에서 가까운 동쪽에 있는 동초등학교에 입학했다.초등학생! 아니 나에겐 국민학생이란 단어가 잘 어울린다.국민학교에 입학하여 4학년 때까지는 그다지 생각 난 추억도 없고 기억도 없기에 넘어가고 또 5학년 때의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6학년 초 부터 친해진 단짝 친구와의 애틋한 우정에 대해서 얘기를 할까 한다.
국민학생 6학년 초부터 난 아주 친하게 지내는 단짝 친구가 있었다.그 아이는 다재다능했다.우등생이었고 운동도 곧잘 했다.또 성격이 밝고 활달해서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인기가 많았다.그는 학급 반장이었다.그리고 지금은 별로 미남축에 못 들지만 그때는 꽤 반반한 얼굴이었다.그에 비하면 난 운동에 취미가 없었고,공부도 썩 잘하지 못했다.그렇다고 얼굴이 반반한 것도 아니었다.거기다 성격이 쾌활하지 못해서 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여 친한 친구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난 여자애들에 관해서는 전혀 추억도 기억도 없다.아직 어린 아이라 성숙하지 않는 상태이다 보니 이성간의 감정은 없었을까 아니면 여자애들과 놀면 남자애들에게 괜히 따돌림 받을까봐 그랬을까 지금 곰곰히 생각해봐도 도통 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아마도 여자 아이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글고 보면 난 5학년,6학년 때 절친한 두 명의 남자 친구와 몇 명의 깨복쟁이 남자 아이들과의 추억외엔 기억 나는게 없다.지금은 키도 꽤 크고 몸집도 있지만 그때는 애들 평균키에도 미치지 못한 작고 왜소했다.그리고 학교 생활은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내성적인 성격에 있는 듯 없는 듯 다니던 아이였다.
어쩌다 국민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이라도 할라치면 친구들은 이런저런 추억을 나누다가 결국엔 때묻지 않고 순수했던 이성간의 풋풋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누가 누구를 좋아했는데...' '관심이 있었는데...' 등 그런데 난 정작 그 시절 여학생은 단 한 명도 기억 나지 않는다.심지어는 옆집에 살고 같은 반인 여자애에 관해서도 전혀 기억도 없고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친구들에 의하면 그 여자애는 이쁘고 공부도 잘해서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도 말이다.그래서 그런지 동창 모임에서 그때 그 시절 여자 친구들을 만나면 상대는 어렴풋이 날 알아보는데 난 전혀 못 알아봐서 당황해질 때가 종종 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6학년 당시 학급 반장과는 단짝 친구였다.둘 성격도,하는 짓도 그런게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는 사이였지만 우리는 그 또래의 단짝 친구들보다 좀 많이 붙어 놀았고 늘 같이 다녔다.그랑 난 같은 동네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에 살았다.그래서 아침이면 매일 같이 학교에 갔고 또 방과 후에도 어울려 놀았고 서로의 집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쌀을 축냈다.
그렇게 국민학생 6학년을 시작으로 중학생 3년을 그랑 같이 보내면서 말수가 없고 조용한 내 성격이 점차 밝고 활달해져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냈고 공부도 곧잘 하는 우등생으로 바뀌어져 중학생 3학년 때는 그 친구보다 훨씬 잘하게 되었다.반면 그는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고, 또 사춘기 시절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외모에 부쩍 신경을 쓰고 미팅에 열을 올리면서 속된 말로 일찍 까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