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5일 화요일

헛똑똑이

1.사회에선 실리 밝고 약삭 빠르며 그래서 때론 고약한 위인이라고 소릴 듣곤 하는,다만 융통성이 많아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원만하게 지내는 나.사랑 앞에서는 여지없이 헛똑똑이로 전락하고 만다.이제껏 만난 게이들 중에서는 분명히 날 두고 그런 그와 같은 생각을 했을 사람이 있을 것이고,당사자인 그에게 가서 '난 결코 그렇지 않아'라고 반박하라면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른다.

 

2.두 번째 만났다.첫 만남에서 세련된 외모와 빅뱅 대성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눈웃음이 정말 매력적이었지만 서로 스타일이 아니었다.차 한잔 마시고 헤어질려던 차에 녀석이 그랬다.형 동생 편한 관계로 지내자고 했다.제로인 게이 인맥도 넓힐겸 흔쾌히 승낙했다.그래서 다시 만났다.1차 횟집,2차 호프집,3차 노래방까지 아주 기분좋게 마시고 웃고 즐겼다.감성적인 업종에 종사하는 녀석이라 그런지 몰라도 코드가 서로 맞았다.4개월만에 처음 모든 근심 내려놓고 맘껏 술을 마셨다.기껏해봐야 소주 반병이 주량인 나..이 날은 무려 2병 이상 마셨나보다.

 

3.같은 게이라서 마음이 말할 수 없이 편했다.우린 주위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는 자제하고 맘껏 수다를 즐겼다.그렇게 신나게 웃고 즐기면서 난 녀석에게,녀석은 나에게 갖고 있는 비밀을 하나 둘 털어놓았다.비밀이라고 해봐야 언제 자신이 게이임을 알게 되었고,사랑 얘기..커밍아웃은 했는지,했으면 누구한테 했는지..등 지난 시절 겪어왔던 가장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도 쉽게 말못할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꺼냈다.

 

4.그렇게 서로에게 고백하다시피 얘기를 하고 난 후 녀석과 나, 공통된 생각은 '게이 세계 이 바닥 참 좁다.' 였다.아닌게 아니라 그동안 내가 만났던,녀석이 만났던 옛 사람들에 대해서 한 두명은 아는 이들였다.녀석이 만났던 옛 애인중에 한 분은 취미 생활로 인하여 몇 번 만난 이였고,내가 2년전에 그리고 4개월전에 이별했던 옛 애인에 대해선 녀석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었다.녀석도 나도 놀랐다.

 

5.이왕 내친김에 녀석에게 4차 가자고 했다.그렇지만 녀석..형 취했다고 그만 마시고 담에 보잔다.그리곤 헤어지면서 녀석이 혹시라도 기분 나쁘게 듣지 말라고 신신 당부하면서 그랬다.다른 모든건 존경하고픈데 사랑앞에선 '헛똑똑이' 라고 ..." 순간 멍했지만,맞는 말이니까 반박도 못했다.

 

6.그러나 난 여전히 누군가를 만나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한다.

중년 나이 41에 아직까지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면서...실망,상처...매번 머리 아픈 과정을 겪는다 할지라도.

댓글 16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2.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3.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
  4. 여기 헛똑똑이 하나 더 추가요~ -ㅁ-)/

    그렇지만 사랑도 너무 잘하면 재미없잖아요.ㅎㅎ

    답글삭제
  5. 헛똑똑이님,

    두손 꼭 부여잡고 우리 전국구로 발을 넓혀봅시다 ^^

    물밖은 더 별천지이더이다~ 므흣~

    답글삭제
  6. @bueno - 2009/08/25 23:45
    우와 거의 실시간 댓글이네요

    같은 시간대에 사람꼴을 못봐서 더 방가운데요~

    답글삭제
  7. 지난번 노래대로 간다고 한적있지요..

    생각대로 간답니다. 사랑도..너무 손해보는 사랑만 하지 말아요..저도 헛똑똑이 그렇게 살았지요..

    마음가는데 물질도 간답니다.

    내가 사랑하면 다 주고 싶지요..

    근데 상대방은 나한테 뭘줬는지..가끔 따지면 삽시다..꼭..

    답글삭제
  8. @쟁아 - 2009/08/25 23:51
    ㅎㅎ 종종 이 시간에 실시간 댓글 놀이로 뵈어요^^/

    답글삭제
  9. 사랑 앞에서 똑똑한 것보다 헛똑똑인 게 나은 것 같아요. 뒷감당이 잘 안 되서 그렇지..;;;

    그나저나 이바닥 정말 좁지요. 예전에 나름 한창 어울려 놀 때 두리번거려보면 결국 이 얼굴이 그 얼굴, 저 사람이 그 사람이더라구요ㅎㅎㅎ

    답글삭제
  10. @Anonymous - 2009/08/25 23:23
    님의 자작시를 보고 감동적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나요.^^

    고맙습니다..감성이 풍부하시고...마음도 따뜻하시고..

    내적 신념도 또한 꽤나 깊으신듯..거기다 아름다운 향기가

    꽤나 감미로운 프리지아꽃을 좋아하시고..^^



    사실 어젯밤 여기에 달린 덧글의 답글 달라다가...

    님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간김에 몇개의 글에 덧글 달았는데...ㅎㅎ

    아참..대만의 인기 밴드 남권마마를 좋아하시더군요.

    전 그런 밴드가 있는지조차 몰랐는데..덕분에 유투브

    에서 음악 잘 들었답니다.밴드에서 피아니스트 첨우호..하악~ㅎㅎ



    http://www.youtube.com/watch?v=cbSeZh6apVk

    영화'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피아노 배틀이 인상적이던데..

    여기 겨루는 배우들이 출연한 주걸륜과 첨우호인가요..후후



    남권마마 밴드가 발표한 곡이 꽤 많던데..그중에 들었던 노래들...

    http://www.youtube.com/watch?v=vmLXEl69mXU&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M6QQdLd3Ukw&feature=related

    답글삭제
  11. @bueno - 2009/08/25 23:45
    부에노도 헛똑똑이던가..후훗



    부에노와 쟁아님이 4초 차이로 덧글 다셨군요..^^

    아직 제 블로그가 알려지지 않아서 방문자수가 없는데..

    그나마 오시는 분들중에 덧글 다는 분이 정해져서..

    같은 시간대에 덧글 달았다는 건 기이한 인연이라고

    해야 하는건가...ㅎㅎㅎ

    답글삭제
  12. @쟁아 - 2009/08/25 23:49
    넵!! ㅎㅎ 연말에 한국 오심 꼭 저 불러주셔서

    별천지 이야기 들려주세요..^^

    답글삭제
  13. @아이미슈 - 2009/08/26 00:16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만남인데...그런 만남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인 거 같아요.사랑 맘이란 게 노력한다고 좋아해질 수도 없고..

    목 매달고 해봐야 부질없고..

    알면서 상대를 아무렇지도 않게 속이고..

    마음을 준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인듯..

    아이미슈님 좋은 조언 고맙습니다.

    답글삭제
  14. @흐르듯 - 2009/08/26 09:36
    뒷감당이야..제가 더 많이 쓴다뿐이지..같이 즐거우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허나 믿음을 빌미삼아 마음속이 아니라 본인 겉모습만

    채우려고 한다면 그건 생각을 해봐야겠죠.;;



    그나저나 흐르듯님은 맘에 맞는 분을 일찍 만나셨나봐요..

    상당한 시간이 흐른듯한데...부럽 부럽^^

    저도 언젠가는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겠죠..그쵸..ㅎㅎ

    앞으로도 쭈욱 알흠다운 사랑 나누시길 바라고..

    글고 기회되면 결혼식 꼭 하시길 바랄게요.

    만일 결혼식 하게 되면 꼭 불러주시고요..^^



    전 울나라에서 공개적으로 결혼식 하고픈게

    소원중의 소원인데..현실은 갈수록 시궁창이고..ㅠㅠ

    답글삭제
  15. 헛똑똑이...ㅠㅠ

    그래요 그거였네요 헛똑똑이...요즘 저의 다른 이름 ㅠㅠ

    제 블로그에 트랙백 달린 거 보고 들렀어요.^^

    부디 이 대한민국에서 멋지고 당당한 게이로 남아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답글삭제
  16. @유리달 - 2009/09/09 05:03
    오 유리달님 멋진 덧글 감사합니다..

    글고 당당하고 멋진 게이가 되도록 노력을 할게요^^

    자주 오셔서 지켜봐주세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