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일 일요일

[편견타파]어느 중년 게이의 생활과 현실 고민

한달전에(헐~꽤 오랜 시간이 흘렀군요) 라라윈님이 시작한 편견타파 릴레이로 하늘보며님이 제게 건네준 바통을 정중히 거절해서,그 바톤이 벼리님에게 건네졌으나 이미 바통을 건네 받아 중복이 된 과정을 오늘에서야 아는 난 마음이 동하여 바통과 상관없이 [편견타파릴레이]를 진행합니다.

그럼 달려보죠.제목은 '어느 중년 게이의 생활과 현실 고민'으로 정했읍니다.게이에 대한 일반 사회적인 시각은 주로 10대~30대에만 국한되어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40대 이상의 게이는 게이사회에서도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늙은 게이로 치부하고 오로지 욕정에만 정신이 팔린 부류로 오해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서 41살의 제 사생활을 꾸밈없이 파헤침으로서 40대 게이에 대한 일반과 이반사회 편견에서 좀이라도 덜고자 함입니다.근데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읍니다.각오하셔야 합니다.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제 개인적인 생활과 고민에 대한 글이라서 반말조로 쓰게 되었으니 넓은 아량과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 편견타파 릴레이 규칙

1. 자신의 직종이나 전공 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써주시오.
2. 다음 주자 3분께 바톤을 넘겨주세요.
3. 마감기한은 7월31일까지입니다.



피부관리사
"날라리님은 몸매 관리 할려고 헬스 다니지..태닝하지..거기다 피부에도 신경쓰지..
혹시 결혼하기 위해서 관리를 하시나요?"

날라리
"머 그냥 자기 만족이죠.근데 누구랑요.여자요? 남자요?"

피부관리사
"ㅎㅎ 그래요..누구랑 하겠어요..당연히 여자죠."

날라리
"........................."

피부관리사
"근데 날라리님은 언제 귀 뚫었어요.뚫은 거 맞죠.."

날라리
"네 뚫었는데요.근데 막혔어요.오른쪽 귀볼에 염증 생겨서 제거 수술 받느라고...
할 수 없이 뺏었요.1주일만 참으면 돼는데..에휴"

피부관리사
"그럼 나중에 또 뚫겠네요...주위에서 머라 안구래요.특히 어머니가요.제 가족중에 그러면 저의 어머니는 어디 남자가..그러시면서 가위로 귀 자르는 시늉 하시며 난리 법석을 떠실텐데...하긴 요즘 남자애들도 귀고리 하고 다니지만..날라리님 나이대의 분들은 좀 드물지 않나요.?패션이나 미용 업계에 있거나아니면 연예인이면 모를까..."

날라리
"ㅎㅎ 그런가요..그건 편견 같은데요.하긴 친구들이 미쳤다고 하더군요.울 어머니는 못 보셨어요.며칠 여행 가셨거든요.아마 울 어머니도 노발대발 하셨을 듯...ㅎㅎ 사실 전 히피족 스타일을 꽤나 동경한답니다.바이크 있죠..커다랗고 소리 요란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타고 다니시는 오토바이요.보셨어요? 최민수씨 짱 멋있잖아요.20대 후반에 고거 젤 싼거 타고 다녔어요.그러다 사고 나는 바람에 팔았지만..암튼 고거 탈려고 몸매 관리하고,태닝도 하고,귀도 뚫고..겸사겸사 피부도 가꾸고...근데 귀 뚫은거는 20대에도 뚫었어요.피부 관리도 그 즈음에 꾸준히 받았었고요.그땐 피부관리 비용이 장난 아니어서 기둥이 휘청 휘청 했어요.ㅎㅎ"

피부관리사
"우와...20대에도 귀 뚫고 그러셨으면...그 당시엔 눈총이 상당히 심했을텐데...스탈이 아주 강하셨네요.ㅎㅎ 근데 전 최민수 느끼해서 싫어요.히피족 스탈도 싫어하고요.스포티하고 평범한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해요..ㅎㅎ"

날라리
"ㅎㅎ 전 최민수씨 괜찮던데요.머 그 사람 바이크 패션도 맘에 들고..바이크도 좋아하는 게..그거 있잖아요.어떤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거에 같이 좋아한다면..그 사람이 다 좋아 보이는 거요..ㅎㅎ"


보름전에 피부관리샵에 태닝 하러 갔다가 피부 관리도 같이 하게 되어 피부관리사..아니 피부관리샵 72년생 여 원장에게 얼굴,쇄골 마사지 받으면서 지난 주 금요일에 나눈 대화 중 일부다.피부 관리는 1주일에 두 번..월 금..태닝은 세 번..월수금...그렇게 해서 피부 관리를 4번째 받았나보다.

원장님..겉으로 드러나는 스타일은 꽤나 개방적인데...사고 방식은 웬지 고지식하다.멀 그렇게 꼬치 꼬치 캐묻던지..처음에는 아무 말 않고 있다가..발동 걸려서 아주 시원하게 토해줬다.여기서도 결혼했냐는 둥...여친은 있냐는 둥...나이에 비해 이목구비도 반듯하고..거기다 피부 마사지도 정성으로 신경써서 잘해주어도...웬지 밉다.

하지만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내 머리를 만지는 듬직하고 얼굴이 푸짐한 여자분은 생글 생글 웃기만 하고 아주 편하게 해주는 데 말이지.마사지 횟수 채우면 다른 샵으로 옮길까 보다.

사실 내 몸에 이렇게 관심을 쏟은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아주 오래전엔 유난을 떨며 적극적으로 옷이며..화장품이며...몸에 쳐 발랐던(?) 적이 있었다.20대 중반부터 후반이었나 보다.이후부터 지금까지 관심을 뚝 끊었다.혹 관심이 있다고 해도 뱃살 빼기 위한 운동...인라인을 탄다든가..등산 다닌다든가..그 뿐이었다.화장품도 베이비 로션외엔 그 흔한 스킨도 사보지 않았다.아마도 5년동안 사귀고 헤어졌던 사람에게 상처가 커서 돈 버는데만 열중하고(그렇다고 일에서 벌지 못했다.크게 실패하고 나서 하는 일마다 고배(苦杯)를 마시며, 의식주 해결과 빚갚기에 급급했었고,종잣돈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의외의  곳에서 벌었다)..다른 곳엔 아예 눈길을 돌리지 않았었다.

그런데..최근 헤어진 그가 적극적인 피부 관리를 위해 화장품 사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 걸 보고 자극 받아서 그제서야 관심을 갖게 되고..피부며 몸매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수없이 자극을 준 그가 고맙다.

한편, 난 만남을 갖을 때에는 비용에 있어서 누가 많이 내고 적게 내고 그런거에는 별로 연연하지 않는다.재미있게 보내면 그것으로 족하다.글고 사귐이 없을 경우는 일에만 열중하고...평일에 시간이 남거나..주말엔 어김없이 미술과 관련해서 갤러리에 가거나...혹은 그림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미술 강좌 프로그램에 등록하거나 관련 정보를 습득하러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가끔 일반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불러주면 가고...아니면 안간다.왜냐하면 술도 잘 마시지 못하는 데다 만나봐야 매번 똑같은 얘기..여자 얘기..세상 돌아가는 얘기...그 얘기가 그 얘기라서 그렇다.이제는 원치 않은 성 정체성을 덧씌워 같이 맞장구질 하는 것도 지쳤고,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얘기 들으면서 묵묵하게 앉아 있는 자체도 싫어졌기 때문이다.그 시간에 차라리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그러다 가끔 몸이 외로울때면 나와 같은 성향의 블특정 이반과 즉석 만남을 하여 맘에 들면 섹스를 즐기고..헤어진다.관계후 서로 필이 꽂히면 계속 만남을 갖고...아니면 헤어지고...뭐 그런 식이다.헤어진 그를 만나기전까지 쭉 그래왔다.게이 전용 찜질방이나 휴게텔은 몸이 외로워 호기심에 몇 번 가본적은 있어도 게이들의 주 놀이 문화인 게이빠,댄스 클럽..이런데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가본적도 없는데 블로그에 '이태원 펄스'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온 이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아마도 이번에 동참했던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글 때문일 것이다)

게이빠 몇 군데는 헤어진 남친과 어쩔 수 없는 경우로 몇 번 가본 적은 있었지만...게이들이 게이빠를 가고,클럽에 가고 게이가 모여 있는 곳을 찾는 건 만남을 위한 기대감 때문에 가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근데 난 혼자 가고픈 맘이 전혀 없다.

이유는 첫번째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한 원인이 크고,두번째는 거기서 노닥거리면서 사람들과 만나 얘기하는 게 싫고,세번째는 술값이 아깝고,네번째는 사회에서 커밍도 안했는데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라도 그들에게 얼굴이 팔리는 게 웬지 싫다.왜냐하면 그곳엔 매너가 좋은 사람만 있는게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다섯번째는 가장 중요한 이유,늙은 게이로 치부받고 싶지 않아서다.그리고 거기서 만나서 사귀고 싶은 맘이 전혀 없다.인연이 될려면 어디 구석에 쳐박혀도 이루어지는 법이니까...돈 써가며 만나고픈 생각은 없다.

그리고,내가 요즘 주로 생각하는 건...노후 대책이다.내 나이 41세,적지 않는 나이다.앞으로 더 나이 먹어서 솔로일 경우는(게이가 아니더라도) 제때 경제적 자립을 갖추지 못하면,뻔한 인생이다.최소한 값나가는 아파트 한채라도 갖고 있어야...그것을 담보로 노후를 편하게 보장 받을 수 있다.현재 하고 있는 일은 벌이가 신통치 않다.해서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다고 주식이나 은행 이자 불리기,요런거엔 그다지 만족을 못한다.적은 금액을 투자해서 짭짤하게 이익을 내는 사업에 지분 참여하거나...부동산 시세 차익이나 그림 재테크에 열의를 쏟는다.그렇다고 부동산이 많은 건 아니다.아주 친한 친구가 부동산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서 경매물이나 싯가보다 싸게 나온 부동산이 있으면 잡고...얼마 있다가 시세 좋으면 팔아 넘기는게 고작이다.주로 좋아하는 그림에 관심을 갖고 열의를 보이는 편이다.그림 재테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사 모으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이는 전혀 뜻밖의 동기로 시작되었다.한방에 모든 근심을 날려 버린 정말로 우여곡절한 사연덕에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사연인즉 이렇다.10여년 전에 친한 형과 동업을 하고 무역업에 손을 대었는데..외국에서 수입한 물품 족족 불티나게 팔려 아주 큰 돈을 만지게 되었으나 형의 지나친 욕심으로 나 몰래 국내 재벌 기업과 손을 잡고 그릇된 행위를 하였는데..대기업의 예기치 않는 독자적인 행보(횡포라고 해야 맞다)로 형이나 나나 아주 크게 파산했다.속된말로 봉알 두쪽 밖에 남지 않았다.나중에서야 이중 계약을 알게 된 난 형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하여 가까스로 받은 게 현존하는 중국 작가들의 작품 3점과 중국 골동품 도자기 2점이었다.

8년이 지난 뒤에 알고보니 그 중국 작가가 오늘날 중국 미술계에서 4대 천황중의 한사람이었다는 것과 내가 가지고 있는 작품이 그 작가의 대표작이란 사실을...난 그 작가의 작품 앞에서 많이 울었다.기뻐서,서러워서만은 아니었다.작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 화폭에 담은 작품을 어떻게 하면 처분할까 하는 그 궁리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다.왜냐하면 사는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너무 궁핍해서 고시원에서 얼마동안 생활을 한 적도 있었고,돈을 아끼느라 끼니를 굶다시피 했다.)

결국 오랫동안 고이 보관해주셨던 친구 아버님의 소개로 처분했는데...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를 거머쥐었다.그 작품덕으로 모든 걱정 근심을 한방에 날려버린..인생 역전의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지금 난 글을 쓰다가 그 어려웠던 현실과 작품 앞에서 울었던 기억이 새삼 떠올라서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이러한 이유로 난 그림 보는 데에 더 여유롭고 자유로워지고...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내면 깊숙이 흐르는 감성이 차츰 되살아나 섬세하며 감수성 많은 감성적인 눈과 마음을 다시 찾게 되었다.


이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4개:

  1. 날라리님의 편견에 대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텍큐로 이사하셨군요. ^^

    다시 만나뵈어 너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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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yori - 2009/08/11 21:45
    앗~벼리님 안녕하세요^^저두 반갑습니다.

    어찌님 블로그에서 넘어오셨군요..^^

    관심 갖고 덧글 달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름답고 평안한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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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림고 관련해서 그런 사연이 있으셨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요... 많은 걸 생각케 하는 글입니다.

    앞으로 자주 들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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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Zia - 2009/09/06 14:34
    네 자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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