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감기가 걸리지 않았더라면,또 신종플루만 아니었더라면,서울에서 하룻밤을 지새고 지금쯤이면 인사동이나 청담동 갤러리에서 수집하고픈 그림 구경을 하고 있었을게다.근데 서울에 올라가고자 하는 목적이 꼭 좋아하는 그림 구경 때문만은 아니었다.그보다도 몇달 전부터 존경하고픈 분을 만나뵙기 위해 벼르고 별렀었다.
아마 이 글은 그 분과 만남에 대한 이야기로 올렸지 싶다.글 제목은 '게이 날라리 K 드뎌 김조광수 게이 감독님을 만나다' 로.그런데 몸 컨디션이 여의치 않아서 가지 못하게 되어 무척 아쉽고 본의 아니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 감독님께 죄송스런 맘뿐이다.김조광수 감독님과 만남의 글은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가 보다.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중엔 한번쯤은 감독님의 존함 '김조광수'를 들어봤을 게고,또 그 분이 몸담고 계시는 독립영화제작사 '청년필름'에서 제작한 2006년 개봉작 김동욱이 출연한 퀴어영화 '후회하지 않아',예지원과 지현우가 출연한 극장판 '올드 미스 다이어리' 그리고 2007년 개봉작 유아인이 출연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은하해방전선'2008년 신작 샤방샤방 퀴어 로맨스 '소소만(소년,소년을 만나다)' 중에 단 한 작품이라도 봤거나 들어봤음직 하다.
김조광수와 <디워>
내가 이 분을 알게 된 건 몇 년 전 심형래씨가 제작 겸 감독한 <디 워>라는 영화를 둘러싼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해 MBC 100분 토론에 반대 입장 패널로 출연해 비판적 견해를 내세워 <디워>를 지지하는 네티즌이나 팬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을 때였다.아마 그 당시 본인은 지지하는 팬들의 온갖 욕설은 고사치고 굴욕적인 수모와 모멸감을 입었을 것이다.아니 요즘도 가끔씩 이메일이나 쪽지로 '호모'에 대한 응징의 글을 보내곤 한다고 한다.
만일 그 분이 게이가 아니었다면,게이임을 커밍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심한 인권 침해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울나라 배웠다하는 이들의 꼴통 심리..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면 앞뒤 보지 않고 상대에게 막말을 서슴치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게이임을 밝히고 반대 의견을 내세웠으니 오죽 했을까!
지금에 와서야 얘기지만 그 당시 <디워>는 국민에게 한낱 동정심을 유발시킨 우물안 개구리인 아주 형편없는 작품임을 말하고 싶다.심형래씨가 싫어서도 아니고 또 김조광수 감독님을 존경해서도 아니다.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은 이유를 궂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고,특히 해외에 거주하면서 수많은 외국 영화를 접하는 이들은 더욱 더 잘 알 것이다.3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그 정도 밖에 만들수 없다는 건 참 웃기지도 않는다.공룡 영화와 공상과학영화와 비교하긴 그렇지만 28년 전에 제작한 미국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는 지금에 와서 봐도 적지 않는 충격을 안겨주는 건 왜일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고 나서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또 게이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밝히고 성 소수자 인권이 척박한 땅에서 일상적인 동성애자에 대한 이야기로 밝은 영화를 만들어 무지한 세상에 동성애에 대한 좋은 인식의 싹을 심어줬다.그래서 그 분을 존경하고 싶었고 또 언젠가 꼭 만나뵙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