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반시티에 "동성애 성향 없애는 약이 있다면 먹겠는가?" 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그런데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동성애 성향을 없애는 유전자 치료제(?)가 나온다면 '나는 먹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암도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대에 시상하부 뇌하수체를 일반적으로 작동하게 해주는 약이 나온다면 나는 먹을까요? 먹는다면 사랑하는 사람은 단지 타인이 되는 거구 일반적인 성생활과 그에 따른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겠죠.. 일반들의 삶도 그리 환상속의 판타지는 아닌것 같더군요.단지 관계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둘의 관계가 기존 사회 제도에 받아들여질 수있다는 것일뿐.약 한 알만 먹으면 일반인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상상하기 힘든 것일까요.문득 있을 수도 없는 일을 상상해보게 되네요..』
이에 다른 게이들의 반응은 '먹는다'와 '안먹는다' 로 의견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먼저 '무조건 먹는다'는 이들은..
『병이 아니니 치료라고 하는 게 좀 웃길 수 있지만,같은 동성을 사랑하기에 오는 고통이나 슬픔 또 외로움,사회적인 소외감 등등 이 바닥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잃거나 아프죠.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감도 무엇보다 크구요.혹은 일반들과 똑같이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게 스스로에게는 '욕심'이라 새삼 깨달아 질때마다.. 눈물을 흘리네요.. 왜 하필이면 저에게 이렇게 큰 짐이 지워졌는지.. 힘듭니다.』
*'먹지 않는다'는 이들은..
『게이가 병인가요? 치료약이라뇨? 병이 아니에요.좋아하는 상대가 이성이 아닌 동성이란 거 뿐이지요.혹 그런게 있다해도 전 안 먹을거에요."사랑하는 사람으로 버텨야죠.그리고 그 약을 먹는다는 건 게이를 부정한다는 거잖아요. 먹고 나서는 마치 나는 첨부터 게이가 아니였다"라고 할 것 같아요.혹은 전 다시 태어나도 게이로 태어날 생각인데.. 게이생활 너무 재밌고 행복하고 유쾌하지 않습니까?』
성정체성을 받아들인 게이여도 앞 포스팅에서 언급한 채규만 교수의 보고서의 내용중 '동성애 공포'는 그게 적든 많든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일반적인 사회에서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하는 고통과 슬픔의 삶을 좋아서 선택하는 게이가 누가 있겠는가? 일반 사람들 중에는 '선택'이라는 단어를 갖다붙이는 정신나간 사람들이 많다.그리고 의학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도 아니다.이미 정신 질환에서 제외된지 오래다.
그러면 난 어떠한가?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고 또 오랫동안 게이생활을 해와서 그런지 '먹는다'는 것보다 '먹지 않는다'로 생각이 치우쳤다.왜냐하면 게이생활도 그리 나쁘지 않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또 불혹의 나이에 먹어봐야 뭐하누?..사랑하는 사람만 바뀔뿐인데..이런 생각이 지배적이라 더욱 그러하다.
파트너에겐 물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설득해서 '같이 먹는다' 라고 곧바로 회신이 왔다.파트너는 삼형제의 장남인 나와는 틀리게 달랑 혼자 외동 아들이다.그래서 그런지 부모님을 끔찍히 생각하는 아이다.그렇다고 마마보이는 아니다.이 아이는 아들,딸 역활을 어릴적부터 나름 톡톡히 해왔다.그런 아이가 중 2 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 외로움과 고통으로 많이 울기도 했지만 이내 받아들이고 게이들을 만나서 친한 인맥들도 형성하고 다양한 경험도 쌓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했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20대인지라 이성 결혼에 대한 강박관념이 말할 수 없이 심할게다.특히 외동 아들이니 더욱 그러할 것이라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나 역시도 20대였다면 '무조건 먹는다'라고 말했을 것이다.그런데 이건 '안먹고 먹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어쩌면 게이인 내가 게이 성향을 부정한 거나 다름 없잖는가.
허나 만일 그런 약이 정말 있다면 난 적잖이 고민을 할 것임에는 애써 부정하지는 않는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