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5일 토요일

한 줌의 재가 된 친구에게...

어제 오전 11시쯤 처음 보는 전화번호로 한 통의 문자 메세지 받고..

통 실감이 나지 않아서 한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멍했다네.

그리곤 자네 고향 친구들에게 확인을 하고 사실로 받아들였을 때

그제서야 눈에서 눈물이 찔끔 찔끔거렸네.

그치만 일하는 중이라 이내 마음을 추스릴 수 밖에 없었지..

그리곤 오후에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외진 곳에

차를 세워놓고 참았던 눈물을 맘껏 쏟아내었네..

 

왜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되었는가..

도대체 왜...뭐가 문제였나..아무리 삶이 고단하고 힘들더라도..

세상 어느 누가 근심 걱정없이 편하게 지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친구 기억하는가?

친구 자네를 지난 16년 동안 만나면서...

수없이 나한테 물었었지..

 

"왜 장가 안가냐고...왜 여자 만나지 않느냐고..

술집에 가면 왜 2차를 나가지 않느냐고..."

 

그때마다 난 웃으면서 독신으로 살거라고...

돈주고 여자와 하는 성 행위는 신성한 게 아니라고..

 

결혼해서 예쁜 딸을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던 자네가 아닌가..

자네가 만날때마다 각시와 딸 자랑에 질투를 유발하게 했던 자네가 왜..

 

오죽 답답하고 고단했으면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저 세상으로 갔을까

이해를 하지 않는 건 아니네만..자네의 선택은 가족에 대한 배신이고..

친구들에 대한 배신이고..또 부모님께 크나큰 죄를 지었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는 자네 친동생이었더군..

어제 오늘 자네의 쓸쓸한 사진 앞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잔만 기울였네.

 

이날 자네가 소개해준 자네의 막역한 고향 친구들과 후배들을 보았다네.

그 중엔 10년 만에 보고 다시는 못 본 친구도 있었고,쭈욱 만나다가

서로 삶이 힘들어 연락이 끊긴 친구도 있었고..첨엔 세월이 흘러 모습이 변해서

얼굴이 가물가물해져 서로 고개만 절레 절레 흔들고..그랬다네.

많이 반가웠다네..예전 자네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꺼내어 회포를 맘껏 풀었네.

오래전에 몇 번 만났던 일부 친구중엔 아직도 날 ?? 로 생각하는 친구가 있어서

멋쩍은 웃음만 나왔다네.

 

자넨 자네의 고향 친구들보다 내 고향 친구들하고 참 많이 친했었지..

내 고향 친구들과 후배들이 멀리서 자네를 보러 왔더구만..

기쁘지 않는가.그런데 자네랑 일적으로 관계된 분들은 전혀 오지 않았더군.

 

자네에게 따금하게 충고했던 게 기억나는가.

친구 자네는 사람 좋아서 너무 사람을 믿는 게 탈이라고..

냉정하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늘 이끌려 다니고

이용만 당한다고..물론 그 사람들이 악의가 없는 건 아네만

주위 사람들보다는 자네가 항상 먼저라네..

친구도..선배도..후배도..비즈니스도..

 

오늘 8.15 광복절..지독한 폭염이었네..

가만히 있어도..땀이 질질 흘러 내리더군.

자네의 영정 사진 앞에서는 내내 무덤덤하더니만

화장터에서 자네를 친구들과 배웅한 후에야

그제서야 눈물이 울컥 쏟아지더군..

 

그거 아는가..

자네 주검 앞에서 눈물을 흘린 친구들이 많았다는 거.

그래 맞네 맞어..비록 불혹의 짧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먼저 가지만...

친구 자네는 인생 헛 살지 않았네.

 

그리고 또 그거 아는가..

내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적에

자네가 내 고향 친구들보다 먼저 와서

날 위로해주고..매일 찾아와 날 웃게 해주고

밥도 같이 먹어주고..그런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재활 치료 받고 오면..

침대에서 잠깐 잠든 자네의 모습...

평화롭게 잠든 그 모습.. 정말 사랑스러웠다네.

고백컨데 어떤때는 자네의 따스한 마음과 모습에 반해..

친구 이상의 감정을 품었던 적도 있었네.

다 부질없는 생각이란 건 알지만 말일세.

 

비록 자네에게 가슴속 깊숙이 파묻어둔

내 성 정체성을 꺼내지 않았지만..

자네한텐 죽을때까지 비밀로 하기로 했다네.

미안허이..자네는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해줄거라 믿네.

 

자네가 겪은 이 한 많은 세상에 지친 육신은

비록 한 줌의 재로 변하였지만..

구천(九泉)을 두루 돌아보면서

그 곳에서는 아무 걱정과 괴로움이 없으며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맞기를 간절히 바라네.

 

세상에 태어나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온갖 풍진에 부대끼며 살아온 것도 섧고 억울한 일이지만..

난 이 풍진 사나운 세상을 더 부대끼며 살다 가겠네.

뭐니 뭐니해도 인간사 부대끼며 살아야 제 맛 아니겠는가.

 

친구..미안하네..

부디 조심히 잘 가세나~~

 

 

 

시나위 - 희망가

 

너의 힘든 하루와 고개 숙인 흐느낌

아픈 너의 눈물도 모두 내가 가질께

이겨내야 해 너무 힘들다 해도

금지당한 희망을 위해
 

숨어 우는 바람아 사랑을 나눠줄께

병든 너의 가슴과 없어진 꿈을 위해

 

이젠 울지 마 아픈 절망을 만난

시든 꽃잎과 바람 내가 널 안아줄께
이겨내야 해 너무 힘들다 해도
금지당한 희망을 위해

 

숨어 우는 바람아 사랑을 나눠줄꼐
병든 너의 가슴과 없어진 꿈을 위해
숨막히는 어둠에 희망을 나눠줄께
병든 너의 가슴과 없어진 꿈을 위해


 

조각난 하늘 그 뒤의 숨던

아픔을 보며 다가갔지만

예감하지 못했었던

빼앗긴 너의 모습들

 

숨어 우는 바람아 사랑을 나눠줄께
병든 너의 가슴과 없어진 꿈을 위해

 

이겨내야 해 너무 힘들다 해도

금지당한 희망을 위해

 

숨어 우는 바람아 사랑을 나눠줄꼐
병든 너의 가슴과 없어진 꿈을 위해
숨 막히는 어둠에 희망을 나눠줄께
병든 너의 가슴과 없어진 꿈을 위해

 

댓글 12개:

  1. 어려운일 당하셨네요..

    스스로 목숨을 끊을정도면...말못할 많은 아픔이 있으셨겠지요..골똘히 수도 없이 많이 죽음을 생각해보지만 실천에 옮기는건 정말 쉽지않거든요..



    어떤말로도 위로가 되기 힘드시겠지만..

    그저 많이 울어도..풀어지더이다..

    기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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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이미슈 - 2009/08/16 04:05
    앗 아이미슈님 안녕하세요..어떻게 아시고..아 rss..



    하룻밤 지나니 그저 담담해요.아침에 그 친구 일로 장례식장에 못 온 친구랑 1시간 가량 통화했나 봅니다..죽는다는 것..의도적으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죽기를 준비하는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막상 죽음 문턱에 들어서면..쉽지 않죠.



    전 인생에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죽음의 문턱을 참 많이도 왔다갔다 했을겁니다.비개인 다음날 냇가에서 수영하다 불어난 물에 휩쓸리기도 했고..바이크 타다가 그랬고..성 정체성 때문에 그랬었고..애인에게 버려져서.. 사업에 쓴 잔을 마셔서..아~~

    이제는 의도적으로 절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미슈님 위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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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키보드 앞에서, 모니터 앞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말이지요.



    정말 기운 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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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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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래서 마음을 터 놓는 대화가..정말로 절실한거 같습니다.

    혼자서 가슴앓이 하다가 결국엔 그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거겠죠... 우울증이나 자살시도등은 주변의 도움이 정말로 절실히 필요한데...씁쓸합니다. 그래도 너무 괴로워하지 마시고..마음으로 항상 기억해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남겨진 가족들이 문제네요. 흐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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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흐르듯 - 2009/08/16 11:58
    그냥 왕소심한 이웃집 게이 아저씨

    아님 왕삐짐쟁이 날라리 옵화에게 편하게

    얘기하듯 말걸면 됩니다..^^



    흐르듯님 고마워요..^^



    덧)제가 물론 연상이겠죠..퍽!..;;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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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Anonymous - 2009/08/16 12:13
    와우~~ 멋진 구절입니다.고맙습니다.^^

    다른 분들도 볼 수 있도록 제 덧글에 옮겨 적을게요..



    "용과 용의 대격전" 中에서

    ...“님이시여, 님이시여, 미리님이시여. 금년에는 세납(稅納)이나 많이 안 물리도록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도조(賭租)나 많이 안 달라게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감옥

    구경이나 않게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생활난에 철도 자살이나 없게 하여 주옵소서.

    금년에는 타국 타향에 비렁거지나 안 되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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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bueno - 2009/08/16 13:47
    난 괜찮아..걱정해줘서 고마워^^



    점심전에 친구에게 무심결에 전화를 해봤어..역시나 받지 않더라고..

    재수씨라도 받을 줄 알았는데..



    저녁쯤 친구 전화번호로 전화왔는데..기분이 묘한거 있지..

    받고보니 재수씨였어.삼우제 지내고 있어서 못받았대..

    곧 전화 해지할거라고 그러더군..ㅠ



    평소에 전화 자주 할걸 그랬나봐..많이 후회돼..ㅠㅠ

    바쁘게 살다보니..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잘 살겠거니하고 여겼는데..말로만 친구인 나 정말 짜증나..ㅠ



    그래서 오늘 종일 핸펀에 입력된 D만 빼고 모든 사람들한테..

    문자 날렸어..잘 살고 있느냐고,,

    잘 살고 있으면 답장 말고..못 살고 있으면 답장 하라고..

    몇 명만 빼고 다 답장 왔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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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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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nalrari_K - 2009/08/16 22:36
    아아..다른 분들은 괜찮을거에요...ㅠㅠ

    답장 주신 분들도 참 고맙게 느껴지는 하루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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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Anonymous - 2009/08/17 19:57
    덧글 보는 순간..깜짝 놀랐읍니다.

    왜냐하면 님이 적어주신 글귀는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별했던 그의 싸이월드 대문 글귀랍니다.



    용케 잘 찾아오셨네요..^^

    만나시는 분도 안녕하시죠..

    글고 고민은 해결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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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bueno - 2009/08/16 13:47
    엉..그랬어..ㅎㅎ

    머 연락이 안한 사람들이야 잘 살고 있어서..

    혹은 바뻐서..못할 수도 있겠지..^^

    나중에 오것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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